2009년 05월 06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by 주소원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국내에도 상륙했을 때 우리나라 언론들은 한 때 일제히 이 열풍을 소개했었더랬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주 시청자들이 캐릭터들에 동화되어 ‘시티 라이프’와 명품에 관심이 쏟아지던 시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이하 「악프입」) 또한 그러한 여성소비자들을 대변하며 등장했다. 앤드리아 삭스(앤 헤서웨이)는 대학을 졸업한 24세 여성으로 사회 정의에 관심많은 저널리스트 지망생이다. 그렇지만 사회초년병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수군데에 입사 원서를 넣은 결과는 거대 패션잡지 기업 엘리아스 클라크 사(社)였다! 패션의 F자도 모른다는 표현이 적합했던 앤드레아는 회사측의 사정으로 굉장히 운좋게 미란다 프레슬리(메릴 스트립)의 보조 비서로 들어가는데.
사실 제목처럼 미란다는 그렇게 악마처럼 보이진 않는다. 세계 최대의 패션잡지의 10년차 편집장이라면 당연히 카리스마가 있을 것이고 여성의 사회 입지가 정상인 뉴욕에서 그러한 여성을 ‘Devil' 이라고 지칭하는 건 어쩌면 남성중심적 시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앤드리아 역의 앤 헤서웨이는 극중 인물과 나이도 비슷하고 뉴요커 출신이라 적격이긴 하지만
로렌 와이스버거의 소설과는 다소 달라보였다. 원작(原作)의 삭스는 좀더 성격이 극단적인데 반해 영화 속 패션 에디터로서의 그녀는 좀 밋밋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앤 헤서웨이는 메릴 스트립과 부딪히는 장면들이 늘어나자 차차 입체적인 페르소나로 화한다.
스크린으로 옮겨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소설과는 또 다른 생명력을 갖고 있지만 책이 더 사실적인 부분이 있다. 영화에서 미란다가 자신의 쌍둥이 딸을 위해 출판되지않은 해리 포터 원고를 요구하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앤드리아는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결국 우연히 만났던 저명인사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데, 매우 극적인 이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설정은 동일한데 소설에서 미란다는 책이 나오기 바로 전에 요구하는 수준이다. 남성 버디 무비는 차고 넘치게 많았지만 이같이 여성 상사와 말단 직원의 피튀기는 신경전을 다른 작품은 드물었기에 흥미롭다. 부제가‘고수와 풋내기의 대격돌’이라 할 만하다. 미란다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패션계에서, 무대포정신 그 자체인 앤드레아의 직장생활은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주변에서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은 점차 줄어가고 연인과 친구조차 런웨이에 매여 있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야 삭스는 그토록 욕했던 편집장을 자기가 닮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깍쟁이 회사 동료 에밀리는 나중에 자신의 파리 출장까지 거머쥐게 된 앤드리아에게 말한다. “기자가 될거니 뭐니 하면서 결국은 네가 이렇게 됐다는 사실이 제일 짜증나! ‘지미 추’를 신은 순간 넌 이미 네 영혼을 판 거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독창성은 여성들끼리의 갈등과 화해를 코미디로 버무려 새로운 스타일의 생각할거리를 주고 있다는 점에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제 더 이상 직장에서의 관계는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더욱이 문화산업계에는 여성들의 파워가 오히려 더 강한 면도 있다. 이 작품의 실제 모델인 안나 윈투어같은 인물이 아쉽게도 한국에는 드물지만 아마도 조만간 실력과 부를 갖춘 여성들이 속속 등장하리라.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는 단순한 상업영화의 틀을 깬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Lucy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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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5/06 14:47 | 샬롬의 영화 (Movie)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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